하노이 날벼락에…경협 드라이브 걸던 靑 "비극이다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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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날벼락에…경협 드라이브 걸던 靑 "비극이다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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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예상못한 결렬에 충격
3시간만에 공식브리핑 내놔
"의미있는 진전" 애써 긍정해석

일각선 "종전선언 언급 등
靑이 너무 앞서 나간듯"

김정은 답방 `안갯속`으로


◆ 美北 2차 핵담판 결렬 / 곤혹스러운 청와대 ◆  

  

28일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2차 미·북정상회담이 합의를 도출해내지 못하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1일 3·1절 100주년 기념식에서 밝힐 예정이던 `신(新)한반도 체제` 구상도 난관에 봉착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비핵화 및 제제 완화 합의 가능성을 낙관하면서 향후 남북 교류에 속도를 내려던 청와대는 하노이에서 들려온 협상 결렬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오늘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합의에 이르지 못한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같은 청와대 반응은 미·북정상회담 합의 결렬 소식이 전해진 지 3시간여 뒤인 이날 오후 6시 20분께 나왔다.
다만 김 대변인의 브리핑 내용은 합의 결렬에도 대부분 이번 회담 성과와 향후 미·북 대화에 대한 기대감에 초점이 맞춰졌다. 김 대변인은 "두 정상이 오랜 시간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해 상대방 처지에 대해 이해의 폭과 깊이를 확대한 것으로 평가한다"며 "과거 어느 때보다도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룬 것도 분명해 보인다"고 했다. 그러면서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지속적인 대화 의지와 낙관적인 견해는 다음 회담에 대한 전망을 밝게 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와 연계해 제재 해제 또는 완화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힌 점은 북·미 간 논의의 단계가 한층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 같은 공식 입장과는 달리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합의 결렬 소식에 상당히 당혹스러운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이번 결과를 두고 "비극이다. 비극"이라고 했다. 김 대변인도 문 대통령 반응을 묻는 기자들 질문에 "말씀은 하셨지만 공개할 건 아니다"고 했다. 

청와대는 이 같은 회담 결과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대변인은 이날 오후 2시께 정례브리핑을 하면서 "오늘 정상회담 결과가 나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답방 문제를 놓고 남북 사이에 대화가 이뤄지는 것이냐"는 질문에 "오늘 회담 결과에 따라 남북 간 대화 속도와 깊이가 달라질 것"이라면서도 "북·미 회담 결과를 기다리면서 잠시 휴지기에 있었던 남북 대화가 다시 본격화하지 않을까 예상해본다"고 답했다. 

하지만 1시간 뒤인 이날 오후 3시께 하노이 현지에서 "미·북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양 정상이 오찬과 합의 서명식 없이 복귀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또 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당초 이날 오후 6시(한국시간)로 예정됐던 미·북 정상 간 합의문 서명식을 집무실에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등 참모진과 함께 TV로 지켜볼 예정이라고 공지하기도 했다. 하노이 현지에는 국가안보실 행정관들이 나가 있었지만 결렬 직전까지 현장 분위기가 청와대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의 3·1절 기념사도 상당 부분 손질이 불가피해졌다. 당초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미·북 정상 간 합의를 전제로 남북 경제협력 재개와 동아시아 경제공동체를 골자로 한 신한반도 체제 구상을 공개할 예정이었다. 이 같은 신한반도 체제 구상에는 단기적으로는 금강산 관광 재개부터 장기적으로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건설에 이르는 웅장한 전략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미·북정상회담 결과로 문 대통령이 직접적으로 남북 경협에 대한 운을 떼기 힘든 상황이 됐다. 북한 비핵화와 상응 조치를 놓고 미·북 양측이 충돌한 상황에서 남북 교류와 경협 재개 구상을 강조하기 힘들게 됐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25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신한반도 체제와 관련해 "북한 경제가 개방된다면 주변 국가들과 국제기구, 국제자본이 참여하게 될 것인데 그 과정에서 우리는 주도권을 잃지 않아야 한다. 한반도 운명의 주인은 우리"라며 신한반도 체제 구상의 핵심이 남북 경제공동체 설립에 있다는 점을 시사한 바 있다. 하지만 미·북 정상 간 충돌이라는 예기치 못한 돌발 상황으로 문 대통령은 경제 분야 언급을 대폭 줄인 반쪽짜리 신한반도 체제 구상을 밝힐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따라서 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동북아시아의 한 축으로서 대한민국이 역내 평화와 공존, 번영을 위해 역할을 하겠다는 원론적인 수준에서 신한반도 체제 구상을 언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가 미·북정상회담 결과를 너무 낙관하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김 대변인은 지난 25일 정례브리핑에서 "종전 선언 형태가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으나 북·미 사이에 얼마든지 합의될 가능성은 있다"며 이번 미·북정상회담에서 양측이 종전 선언에 합의할 수 있다는 전망을 밝혔다. 그러면서 "북·미만의 종전 선언도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가 북측이 미국의 종전 선언을 이끌어낼 수준의 비핵화 조치를 제시해 양측이 의견 접근에 이르렀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해석이 나왔다. 결국 문 대통령의 3·1절 경축사도 이 같은 미·북 합의를 전제로 작성됐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미·북정상회담이 합의에 이르지 못하면서 한반도 외교 일정에도 상당한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일단 오는 4월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김 위원장 답방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오수현 기자 -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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